슬프지만 아름다운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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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간은 내 존재를 증명해주는 자연의 순환을 숫자화한 하나의 아름다운 지표이면서 우리 삶의 처음과 끝 사이에 있는 슬픈 지표입니다. 아이리드더페이퍼는 소중한 
시간을 종이를 매개로 기억하려 합니다. 종이는 자연의 재료인 식물로 만든 우리에게 가장 편안한 서사(문자를 사용하여 표기하는 일 전반) 물성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손가락을 터치해 빠르게 서사하는 디지털에 '익숙'하지만 펜을 손에 쥐고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는 온기가 담긴 종이는 마음에 '편안'함을 주는 또다른 물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게 남은 시간 속에 언제라도 차분히 종이 한 장에 글을 써보세요. 시간을 담은 클래식하고 정갈하게 디자인한 4종의 종이를 소개합니다. 


시 hour의 종이
시의 종이는 손목시계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시계의 다이얼은 원형의 형압으로 엠보싱 되어 있으며 다이얼 안에는 프랑스어로 낮과 밤의 단어가 쓰여 있습니다. 하루의 24시간 중 당신에게 특별한 시간을 기억해보세요. 시침, 분침의 핸즈는 1층 서비스 공간에서 제공합니다. 종이의 반대면은 시간의 기억을 글로 써보세요.

색상: 화이트
사이즈: A6
그문드코튼지 110g




일 day의 종이
일의 종이는 화이트 셔츠로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1930년대, 영국 셰빌로우 거리에 맞춤 수트 붐이 일면서 시작된 이니셜 셔츠는 개인 오더의 표시와 서비스 차원에서 시작되었으며 가장 클래식한 위치는 셔츠 포켓 중심선을 따라 포켓 바로 아래, 눈에 잘 띄면서도 스타일을 망치지 않을 만한 자리
일의 종이에서는 오늘 날짜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날짜는 숫자로 인쇄되어 있으며 숫자 사이에는 원형의 형압이 엠보싱 되어 있습니다. 오늘밤, 밤하늘을 바라보며 달의 모양을 기억해보세요. 종이의 반대면은 당신이 오늘 만난 작은 오브제를 붙여 콜라주를 할 수 있습니다. 2층 서비스 공간에서도 작은 오브제를 제공합니다.

색상: 화이트
사이즈: A5
그문드코튼지 110g




월 month의 종이
월의 종이는 손수건으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올해의 12개월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텍스트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종이의 반대면은 형압으로 된 선을 따라 이 달이 가기 전 그리운 누군가를 기억해 편지를 써보세요. 2층 서비스 공간에서는 편지를 봉할 수 있는 씰링 왁스를 제공합니다.

색상: 화이트
사이즈: A4
그문드코튼지 110g



연 year의 종이
연의 종이는 안경으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사진과 200년의 시간으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형압으로 된 선을 기준으로 하단에는 올해를 기준으로 이전 100년, 이후 100년이 텍스트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200년의 시간 동안 자신의 처음과 끝의 시간을 가늠해보세요. 

색상: 화이트
사이즈: A3
그문드코튼지 110g





벽돌 

눈이 내린다. 설거지를 하다 창 밖으로 자연스레 시선이 옮겨졌다. 오랜 시간이 흘러 조금은 마모되었지만 그 시간만큼 벽돌이 가진 기존의 붉은 색에서 변한 색감은 설명할 수 없지만 아름답다. 그 위로 하얀 눈이 폴폴 날린다. 왠지 천천히 나직하게 들려오는 라디오 DJ의 음성을 듣고 싶다. 
오래된 것을 보게 될 때면 그 시간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집을 지으며 건축법에 따라 우리집까지 넘어온 옆집의 담을 잘라야 할 시점이 있었다. 사실 옆집에는 그간 세입자 분들이 사셨기에 주인 분을 뵌 적이 없었다. 하지만 허락을 구하기 위해 주인 분의 연락처를 구하고 연락을 드려 공사하는 날 뵙기로 했다. 그 날, 시간에 맞춰 손을 꼭 잡으신 노부부가 오셨다. 인사를 나누고 함께 상의를 하고 무섭게 절단기가 돌아가자 고운 백발의 할머니는 선배 손을 꼭 잡으셨다. 할머니는 젊은시절 이 집을 짓고 이곳에서 아이들을 모두 성장시켰다고 했다. 그리고 제주도로 이사를 가신 후 지금은 건강상 다시 서울로 올라와 아들가족과 함께 지내신다고. 너무나 인자한 미소로 이 집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할머니는 연신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를 몇 번이고 말씀하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옆집의 노부부와 인사를 나눈 우린 참 따뜻했었다. 
집의 형태가 만들어지고 외장재를 선택해야 했을 때, 소재는 큰 고민없이 벽돌이면 좋겠다 했다. 그리고 고민이 되었던 건 색상이었다. ‘메종 드 코튼’ 집의 이름처럼 하얀 벽돌로 해야할까, 아니면 좀 더 따뜻해보이는 아이보리 색상이 좋을까, 여러 벽돌회사도 알아보고 샘플도 받아 보았지만 결국 우리가 선택했던 건 가장 기본인 붉은 벽돌이었다. 어쩌면 은연 중 옆집의 벽돌이 우리 마음에 자리 잡았던 건 아닐까 싶다. 작은 붉은 벽돌이 켜켜이 쌓여 올라가는 시간은 그 어떤 공정보다도 마음이 설레였던 것 같다. 
또다시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 집의 벽돌이 지금의 옆집처럼 되는 날이면 그 누군가도 이 벽돌을 바라보면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참 좋겠다.


 
오후 4시

말차 점다법의 절제된 행위를 좋아한다. 나무박스에서 다구를 꺼내어 정갈하게 배열한다. 패브릭을 깔고 손바닥만한 작고 하얀 도기볼, 작고 긴 스푼, 작은 틀을 놓고 고운가루와 꿀을 준비한다. 긴 스푼으로 가루를 두 번 도기에 담은 후 꿀을 넣고 잘 섞는데 고형이 될때까지 천천히 견고하게 저어준다. 남쪽의 볕이 공간의 절반을 넘게 드리우고 있는 오후 3시 반이다. 물론 나는 말차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리 고유의 과자인 다식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C가 오기 30분 전이다. 그는 30분 후, 오늘도 오후 4시가 됐다는 걸 알려주려는 듯 내 앞에 서서 따뜻하고 진한 커피 한 잔을 주문할 것이다. 어젯밤 그를 위해 난 다식을 만들기로 했다. 냉장고에서 딸기를 꺼내어 얇게 슬라이스로 만든 후 오븐에 넣어 건조기능을 누르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밤새 건조된 딸기를 곱게 갈아 붉은 가루로 만들어 담아 두었다. 
다식은 다구의 수가 적은 만큼 짧은 시간 안에 손쉽게 만들어 차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작은 디저트인데 한입 머금으면 그 달콤함이란 저 멀리 기분좋은 기억까지 떠올리게 하는 정도이다. C를 위해 다식을 만드는 건 그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말수가 적은지 단골임에도 많은 대화를 나누어보지 못했던 그 손님은 얼마 전 내게 무심하게 책 한 권을 건넸다. 얼떨결에 그에게 짧은 감사인사를 전하고 책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며칠간 틈틈이 읽어 나가고 있는 그 책은 참 좋았다. 조금 과장된 말일까 책을 읽을 수 있는 밤의 시간이 기다려졌다. 어떻게 하면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자연스럽지만 기분좋게 전달할 수 있을까. 
작은 종이에 짧은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기로 했다. 메시지를 적은 종이는 내용이 보이지 않게 절반을 접어 준비해 두었다. 이제 그가 와 커피를 주문하면 나는 견고하게 만들어놓은 둥근 붉은 다식반죽을 황동인장을 찍어 커피잔 옆 작은 종이카드 위에 살포시 얹어 그에게 전달할 것이다.





오후 6시 

오랫동안 홀로 생각을 해온 끝에 당신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당신은 삶이란 투쟁의 시간이라고 했던가요. 그로 인해 그동안 내가 발견한 삶도 시간인 것 같습니다. 매일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정확히는 삶의 시간이 줄어들고 있음을 자각할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종이에 기록할 수 있을까요? 이것이 오늘의 고민이었습니다. 노트를 제작하며 우리는 단순히 일기장이 되어버리는 기록의 종이가 아닌 시간을 담는 기록의 종이를 만들고자 합니다. 시간이라 함은 직설적으로는 숫자로 표현할 수 있겠지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달의 변화로도 표현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원형을 그려놓고 오늘의 달을 그려보세요.’라고 한다면 매일 달라지는 달의 변화에 따라 시간이 흐름을 느낄 수 있으며 또한, 하루에 한 번 밤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까만 밤하늘의 홀로 매일 다른 모습으로 노랗게 떠있는 달을 바라보는 일은 꽤나 근사한 일이지 않나요? 달의 시간이야말로 이성과 감성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내일이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지만 오늘은 이렇게 달을 따라 시간의 표현법을 생각해 봤는데 어떠신가요?




25일

오랫동안 홀로 생각을 해온 끝에 당신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당신은 삶이란 투쟁의 시간이라고 했던가요. 그로 인해 그동안 내가 발견한 삶도 시간인 것 같습니다. 매일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정확히는 삶의 시간이 줄어들고 있음을 자각할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종이에 기록할 수 있을까요? 이것이 오늘의 고민이었습니다. 노트를 제작하며 우리는 단순히 일기장이 되어버리는 기록의 종이가 아닌 시간을 담는 기록의 종이를 만들고자 합니다. 시간이라 함은 직설적으로는 숫자로 표현할 수 있겠지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달의 변화로도 표현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원형을 그려놓고 오늘의 달을 그려보세요.’라고 한다면 매일 달라지는 달의 변화에 따라 시간이 흐름을 느낄 수 있으며 또한, 하루에 한 번 밤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까만 밤하늘의 홀로 매일 다른 모습으로 노랗게 떠있는 달을 바라보는 일은 꽤나 근사한 일이지 않나요? 달의 시간이야말로 이성과 감성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내일이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지만 오늘은 이렇게 달을 따라 시간의 표현법을 생각해 봤는데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