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6시
    
      


 
 변한다고 해도
사랑하지 않아
가슴아픈 말
혼자서 오롯이
잘가요
맴돌던 가구
재료가 예뻐서
플로팅


오후 6시. 하루의 3분의 2가 지나가는 시간, 이쯤이면 아- 오늘도 하루가 저무는구나 생각한다. 하지만 보통의 일상이 끝났지 오늘 하루가 끝난 건 아니다. 어쩌면 나‘만’의 시간이 새롭게 시작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온종일 사람과의 관계 속에 있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홀로 사무치게 외롭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싶고, 술 한 잔 기울이자 하고 싶고, 함께 걷자 하고 싶다. 오늘이 가기 전에. 

며칠 전, 선배는 내게 아무 조건 없이 너를 바라봐 준 사람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난,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그 사람의 말을 꺼냈다. “널, 웃을 수 있게 해주고 싶어, 내가.” 그는 내게 문득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이었고, 술 한 잔 하자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함께 걷자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아무런 전화번호도 누르지 못한 채 아직도 연락처에서 지우지 못한 그 사람을 바라본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된 그는 예쁜 아이의 사진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그 사람이 잘 지내기만을 바란다. 욕심이라면 친구였던 우리 사이에 먼 훗날 맥주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상상해 보는 정도.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기를 그만두고, 좋아하는 작가의 칼럼을 읽는다. 때마침 좋아하는 작품 ‘나의 미카엘’의 리뷰. 외면의 삶은 ‘그때 ~하지 않았더라면’의 형식으로 인류의 역사를 통해 무한히 반복된다. 모든 이야기는 바로 이 형식에 기대고 있다. 오늘도 나 역시 잠시 ~하지 않았더라면의 형식에 빠져 있었던 시간이었을까. 나만의 시간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길. 집으로 돌아가서는 요즘 통 읽지 못한 책읽기에 다시 힘을 내어 보기로 한다. 오랜만에 나의 미카엘을다시 읽을까, 아니면 도서관에 들러 정밀한 묘사에 감탄한다는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대출해 올까. 그래, 이른 더위가 찾아온 6월의 초여름 저녁, 도서관 길을 걸어야겠다.

2017.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