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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MOON
나는 그를 무조건적으로 믿기로 했다.
1일차 - 철거
2016.10.12~2016.10.10.15

결국 사람과의 관계가 마지막 끈이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믿음이라는 단어의 변화는 살아갈수록 큰 파동을 일으킨다. 지금 나는 그를 무조건적으로 믿기로 했다. 김도언 작가의 <불안의 황홀>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작가의 내성적인 목소리로 씌어진 일기를 묶은 것인데 작은집 짓기를 진행하며 아마 내 내면은 여전히 많이 불안할 것이다. 하지만 믿고 있는 사람과 함께 내면의 균형을 잘 잡으며 그를 도와나갈 것이다. 오늘은 철거를 시작하는 날이다.

작은집 짓기, 이 이야기의 바로 시작에 앞서(그러니까 2016년 7월) 나는 2년 3개월 만에 작은 땅을 팔기로 고쳐먹었다. 그동안 두 번의 건축사무소를 통해 설계가 진행되었고, 두 번 다 시공사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겨울이 찾아오면 다음 해의 봄을 기다려야 했는데 이 시간과의 전투에서 나는 더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내가 집짓기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동안 반쯤은 내 안락함이기도 했던 앞집의 커다란 감나무가 무참히 잘려나갔는데, 통창으로 칸칸이 쪼갠 상가로 탈바꿈을 한 뒤로는 답답한 현관문을 열어놓기도 뭐한 상황. 동시에 뒷집도 완전히 새로 지어지고, 오밀조밀 좁아서 한적했던 주택가 풍경은 빠르게 사라졌다. 게다가 낯선 골목을 버티고 있는 작은 구옥의 지붕은 이웃담을 통해 넘어온 호박넝쿨로 뒤덮였는데, 시간을 위태롭게 견뎌내고 있는 나와 다를바가 없었다. 암울했다. 그리고 갈팡질팡했다. 모든게 서서히 나를 잠식하는 듯 했다.


(나의 경우이다.) 그동안 건축가와 힘겨루기 하듯 건축허가 도면을 손에 쥐고나면 초과된 예산이 가장 큰 문제였다. 특히나 작은집의 경우에는 건축비용이 더 적게 들지 않는다는 현장감을 뒤늦게 안 셈인데, 1억원 이상이나 차이나는 견적의 간격을 어디서부터 줄여야할지도 막막했지만, 설계수정을 하자니 그것이 생활이라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집에서의 생활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하는 버거움으로 다가왔다. 작은 집에서 하나를 줄인다는 것은 여분 둘 중에 하나를 생략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포기하는 선택이 쉬울 때가 많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왜 굳이(돈을 들여) 포기해 가면서, 불편한 집을 지으려 하는걸까하는 계산적 의문의 스트레스가 팽창하는 혼란의 시간이 작은집 짓기의 과정이기도 했다.

결국 나는 작은집에 정을 떼기로 했다. 이미 나를 이끌어줄 건축가는 나의 몫으로 남기고는 떠나갔고, 실제로 제주도 이주를 생각했다. 그것이 서울을 떠나는 유행같은것이어도, 도피여도 상관없었다. 작은집과 관련한 생활, 돈, 심지어 땅과 사람까지, 정체되고 피폐해진 마음의 관계를 신속하게 끝내고 싶었다.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부동산에 땅을 내놓고는 두 달이 지났을까. 이 작은 땅을 다녀간 이들은 있었지만 덥썩 결정을 하는 이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주차가 되지않는 골목을 낀 땅이었고, 오래전에 마구잡이 불법확장한 집은 굴집같아 채광도 거의 없다시피해 내가봐도 여전히 좁고 불편했다. 

그러다 나를 뒷집이라고 부르던 사람이 생각났다. 이 실장은 나의 전후사정을 아는 동네 시공사의 대표다. 나는 작년에 그에게도 일찌감치 무료 컨설팅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건축가의 멋진 작품설계가 만들어지면 시공을 위해 다시 찾아오겠다는 심보로 한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다. 봄에 시공이 될거라 생각해 짐을 거의 빼낸 텅빈 오래된 집에 누워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하다 곁에 있던 그가 떠올랐다. 갈팡질팡한 마음을 마지막으로 그에게 맡겨보고 싶었다. 내가 가진 예산으로는 새로운 집짓기가 정말 불가능한걸까. 조심스레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뜻 반가운 인사를 건네며 그는 고마운 시간을 내주었다. 

“실장님, 저 이제 마지막으로 실장님께 묻고 싶어요. 
제가 가진 예산은 1억, 집짓기가 되는 걸까요? 그리고 혹시 가능하다면 실장님께서 맡아주실 수 있나요?”
 
“힘들겠지만 한 번 해 보도록 하죠. 현실적인 도움이 되도록 아카이브를 만드는 건 어때요? 
이 달에는 추석연휴가 있으니 다시 설계부터 얼른 서둘러서 올해 안에 완공하도록 하죠.” 





NEXT


나는 철거를 앞두고 배낭가방 하나에 침낭 하나를 준비해 잠을 청했다.



비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불을 켜둔 채 마지막날 밤, 집에서 나왔다.


현장에서 보내준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