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 집, 기다림의 시간
   RELEASE 2015.12.7
 
   
 
 

목화 집, 기다림의 시간

저자: 김현철, 이보라
출판사: 아이러브잇
출간일: 2015년 12월 7일
정가: 16,000원
ISBN: 9791195096404
페이지: 336
사이즈: 신국판(152*225)
분류: 에세이


판매서점 UPDATE 2016.6.4



현재를 기다리고, 과거를 걸어보고, 미래를 지나온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본능적으로 집에 대한 향수를 갖는다. 
누구나 집에 대한 기억의 저편에는 마침내 회귀하고 싶은 공간으로서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마음을 새기고 있다. 
이 집의 만족감을 높이려는 시도는 건축적으로 여러 개의 방이 딸린 편리한 아파트 평면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목화 집에서는 공간이 오로지 몸을 담아내는 방이라는 인식을 밀어내며, 유난히 더 작고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집의 등장을 기다린다.


젊은 독립세대의 집에 대한 불안, 다름과 고독에 대한 위로. 
하얀 목화송이처럼 포근한 목화 집. 

‘집을 보유했으나 빚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인 하우스푸어는 소설 속 이야기에서만 만나는 게 아니다. 삶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집은 소유의 경제논리와 함께 부모세대부터 젊은 세대에 이르기까지 ‘푸어’로 만들고 있다. 앞으로는 살아가는 동안의 집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마침 한국에서도 1인 가구(2013년 23.9%)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며, 저출산, 고령화 등과 함께 집을 구성하는 구조가 급격하게 바뀌어 가고 있다. 더이상 집은 영원한 정거장도 아니며, 혈연으로만 이루어진 배타적 숭배의 대상이 아니다. 집의 평면적을 보유하고 산다는 개념에서 잠시 필요한 생활로서의 집을 다시 그려보는, 즉 공간과 삶 두 사이의 마음 관계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도달한 것이다. 이 책은 마포구 연남동에 ‘작은집 짓기’라는 리얼리티 건축과정과 가까운 과거의 재발견, 미래의 상상을 통해 집 크기 혹은 윤택한 소유의 경제가 채워주지 못하는 행복에 물음을 던진다.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5년 <우수 출판콘텐츠>로 선정되었다.


목차

발행인의 글. 집과 삶의 상관관계 

1부 침묵 
건축가와의 두 번째 만남 
규모검토, 1차 회의록 2015.6.26 
공원에서 느꼈던 감정 
창경궁 대온실, 창덕궁 낙선재 
골목길 위의 작은집 
스킵 플로어, 2차 회의록 2015.7.3 
가내수공업 출판사 
디올 하우스 브랜드, 서도호 작가의 집 
좋은 느낌을 주는 작은 요소 
윤동주 문학관 9평 전시실 

2부 대화
마당 한 칸, 손님방 한 칸, 주인방 한 칸 
3차 회의록 2015.7.10 
제주도 집필여행, 소설 속의 집 
건축가 유동룡 
꼬불꼬불 복도같은 방 
4차 회의록 2015. 7.31 
서론, 본론, 결론의 3층 집 
계단실, 서재, 침실, 5차 회의록 2015.8.19 
도쿄 센다가야의 주택가 
랜드스케이프 프로덕츠, PAPIER LABO 
여섯 번째 미팅 
사라진 시간 

3부 기다림 
아버지 집 
메종 드 베르Maison de Verre 집 
목화마을 
케이크 집 
욕조가 놓인 집 
동물원 집 
연남동에서 핀 목화솜 
오픈 하우스 
15년 전의 미래 

찾아보기 
해설. 목화 집으로부터의 초대


책 속으로
 

   

   

침묵PAGE 83

“길 위의 작은집이라고, 우리 얘기했던 거 생각나?” 앞서 걷던 선배가 돌아보지 않은 채 내게 묻는다. ‘공원 속의 작은집’이라는 콘셉트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생각했던 건 ‘길 위의 작은집’이었다. 공원을 이루는 요소에는 꽃과 풀, 나무의 자연과 더불어 또 하나가 있다. 사이 사이를 이어주며 안전하게 인도해주는 ‘길’이다. 공원에서의 길은 걷는 행위를 통해 사유할 수 있는 의미의 공간이다. 남-북으로 이어진 골목길을 기반으로 그사이에 놓인 작은집의 복도와 계단, 마당이라는 요소의 작은 길들이 더해져 사색을 즐기는 ‘특별한 산책’의 경험을 전하고 싶었다.
  대화PAGE 150

“여자도 일에서는 시간개념이 정확했지만, 사생활에서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시간이 늘 말썽이었어. 남자가 들었던 시간을 요구하는 말과는 반대였지만 여자는 시간을 갖고 기다리겠다는 말을 들어왔던 거지. 결론적으로는 어찌 됐든 둘다 상대방과의 마음이 통하지 않았기에 같은 말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해.” 계속해서 친구는 스토리를 잡았고, 선배는 응답했다. “여자도 향수라는 아이템에 예민한 사람으로 하자. 그런데 이 둘은 현재 서로에 대한 순간의 끌림을 넘어 지속적인 사랑으로 이어 나갈 수 있을까?” 우리 세 사람은 말이 없었다.
  기다림PAGE 253

처음 독립했던 다세대 주택 방에는 어머니가 놓고 가신 식물 화분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키우고 물 주는 것이 여간 어려워 죽일까 봐 겁이나 몰래 본가 베란다에 도로 가져다 놓았다. 후암동에 살 때는 집 뒤가 남대문 꽃시장이라 가끔 라넌큘러스를 사다가 화려하게 핀 모습을 보다가도 지는 모습이 아쉬워 그마저도 시들. 지금 연남동 집에는 아마도 인도나 중국에서 건너와 이 년 전 나에게 온 첫 목화솜 한 송이만이 그대로 놓여있다. 그 목화 한 송이가 나를 이곳까지 오게 했다.